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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인터뷰 #01 박병언 변호사 -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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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인터뷰 #01 박병언 변호사 -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

노수석추모사업회 2016. 6. 30. 20:17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가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회원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보는 회원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첫번째 순서는 법무법인 제이앤씨 박병언 변호사 (기계 92) 입니다.


박병언 변호사는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이사장을 맡아 주고 계시기도 한데요,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변호인단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7일 여야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하는 등,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이슈가 다시 수면위로 오르고 있습니다. 박병언 변호사에게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쟁점과 문제, 그리고 추모사업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봅니다.


자세한 인터뷰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블로그에 자세히 정리되어 있사오니 많은 방문 부탁드립니다.


블로그에서 보기: http://nosooseok.tistory.com/22

유튜브에서 보기: https://youtu.be/5lNB1Rsxfic


추모사업회 회원 인터뷰는 앞으로 약 한 달마다 정기적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음 인터뷰도 기대해주세요! :)



※ 인터뷰는 6월 20일 저녁 법무법인 제이앤씨 사무실에서 진행되었습니다.




Q: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법무법인 제이앤씨에서 변호사로 일을 하고 있는 박병언이라고 합니다. 96년에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을 했을 때 희생되었던 노수석이라고 하는 후배의 뜻을 기리고 다른 국가권력에 희생된 피해자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방어하는 일을 추모사업회가 하는 데에 저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변호사라는 직업을 택하게 되셨나요?


간단하게 얘기하면 생계죠 생계. 내 밥벌이를 할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것 때문에 찾은 것이었고, 제가 사법시험을 보기 전에는 소위 얘기하는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제가 나이 50 60까지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책상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또 제가 계속 관심 있던 사회 활동과 함께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중에 변호사라는 직업이 적절해 보여서 겁 없이 뛰어들었습니다.


법무법인 제이앤씨에서 활동중인 박병언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Q: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활동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사로 사회에 나오자마자 제일 먼저 민변에 가입했어요. 민변에서는 의아해 하더군요. 참여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나 봐요. 변호사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가입했다고 했더니 의외다 이런 반응이었던 것 같아요.


그 중에서 저는 민변 위원회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민변에는 통일위원회라든지, 민생위원회라든지, 과거사위원회라든지, 여러 위원회가 있습니다. 이 여러 위원회별로 굵직굵직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쟁점들에 대해서, 법적으로 조력이 필요한 일을 맡아서 여태까지 해 오셨어요. 그 중에서 제가 소속한 위원회는 환경위원회와 통일위원회인데, 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소송은 환경위원회에서 주관하고 있는 소송입니다.


월성 1호기 전경. ⓒ노컷뉴스


작년에 환경위원회 들어가자마자 월성 1호기 원자력 발전소 재가동 문제 이슈가 있었어요. 저도 거기에 변호인단으로 참여를 하고 있어요. 이 소송에 굉장히 관심이 있었어요. 이건 좌익과 우익의 문제가 아닙니다. 경상도에서 원전이 폭발하는 순간,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번질 수밖에 없어요. 이제 사십대 중반이 되어가는 나와 내 가족, 내 아이를 생각할 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이라는 걸 생각 해 봤을 때 이건 너무나 생존적인 문제다. 그래서 월성 1호기 소송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을 해서 참여를 하게 됐고요.


이번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소송 같은 경우에는 환경위원회에서 아주 집중적으로 개입을 하자 결의를 했어요. 환경위원회 차원도 넘어서서 새로 선임되신 민변 회장님과 사무처 분들도 이건 민변의 주요 사건이라고 바라보고 계세요. 민변 차원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건인거죠. 그래서 민변 환경위원회 변호사들은 전원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회장님 제안을 받고 저 역시도 이 소송은 정말 하고 싶다 생각해서 참여를 하게 되었습니다.


Q: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규모는 얼마나 되나요?


지금 등록된 것만 433명입니다. 그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계시고, 돌아가신 분의 유족도 계시고, 자기 자신이 피해자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하신 분도 계세요. 이 433명의 피해자 가족들을 대리해서 변호사별로 할당을 받았어요. 저는 여섯 가족을 대리하고 있습니다. 숫자로는 한 15명쯤 되는 것 같네요. 저는 그 15명의 구체적인 송무를 담당해 대리를 해드리고 있어요.


신현우 옥시 前 대표의 검찰 출석. ⓒ연합뉴스


Q: 지지부진하던 가습기 살균제 문제도 최근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고 이슈화 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인터뷰 이후 6월 27일 여야는 가습기 살균제 국정조사에 합의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법무부에 지시했던 게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왜 대통령이 갑자기 결단하셨는지는 모르겠어요. 일단 그걸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그동안 피해자들이 주장했던 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죠.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판매를 강행했다는 점. 특히 안전성 검사 용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살균제가 위험하다는 보고서는 폐기하고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취사선택해 위험성을 은폐했죠. 특히 그 과정에서 용역을 발주했던 교수들이 금품을 수수해서 부정한 결과를 낳았다는 혐의로 구속된 것도 큰 계기가 되고 있다고 봅니다.


Q: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의 법적 쟁점은 어떤 점이 있을까요?


소멸시효라는 게 있어요. 국가인 경우에는 국가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간이 5년이에요. 그러니까 국가가 어떤 잘못을 했을 때 개인이 구제받을 수 있으려면 5년 내에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해요. 민사일 경우에는 10년 내에 액션을 해야 되고, 가해자가 누군지 알았다면 3년 내에 액션을 취해야 해요.


검찰 수사가 진행되기 전에는 구체적으로 가해자 집단이 우리에게 불법 행위를 했다라고 하는 심증을 가졌을 뿐이었어요. 이 심증이 구체적인 불법 행위로 밝혀진 건 사실 최근 검찰의 수사과정에서나 밝혀졌거든요.


예전에 비해서 옥시를 비롯한 소위 4대 판매기업의 책임은 상당부분 밝혀지고 있죠. 그러나 여전히 독극물에 대한 관리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 정부가 관리 및 검수 의무를 다 했는가에 대해서는 수사가 미진합니다. 이미 여러 보도에서도 거기서 수사가 멈췄다는 식의 표현이 나오고 있죠. 그럼에도 국가배상책임에 대해서 예전과는 달리 새롭게 국가의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많이 올라와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민사상의 책임은 검찰 수사를 통해 많이 증거가 나와 있습니다. 다만 앞에서도 말씀드렸다 시피 국가배상책임에 대해서는 수사가 미진한 만큼 검찰이 좀 더 성의를 가지고 수사를 하셔야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알게 된 검찰 수사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면 시효문제는 사실상 넘어갈 수 있지 않겠느냐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법조문을 떠나서 국가가 이 사람들에게 시효를 이유로 배상을 거절한다는 건 우리 법의 지배원리에 반하는 결론이지 않을까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들은 현재 형사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Q: 그렇다면 이번 사건에서 국가의 책임과 앞으로 해야할 일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저는 국가가 가습기 살균제는 흡입성분으로 인체에 들어가면 치명적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고의적으로 기업의 영리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방임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이건 국가의 실수죠. 고의가 아니라 국가의 실수다.


그런데 국가가 실수를 했을 경우에 어떻게 수습하느냐에 대해서는 다른 문제예요. 지금 국가가 보여주고 있는 모습은, “우리 집행부 책임은 아니었다.”는 것에 너무 경도되어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국민들은 지금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박근혜 정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앞으로 없도록 국가답게 일을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꾸 본질이 호도되는 논의가 뭐냐면, 그래서 가습기 살균제에 대한 최초의 허가가 노무현 정부 때 있었냐, 이명박 정부 때 있었냐, 박근혜 정부 때 있었냐 , 이런 식의 논쟁이예요. 이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 땐 미숙해서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하지만, 밝혀진 지금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다운 대책을 세워달라는 겁니다.


일단 적어도 이걸 발견해 낼 수 있었는데 발견해 내지 못했던 사람들은 처벌 해야죠. 그건 과실이잖아요. 2008년 이 문제가 불거진 이후 8년이 흘렀죠. 그 세월 동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명백히 밝히고, 책임질게 있으면 지고, 고칠게 있으면 고치고. 국가의 노력을 기대 합니다.


피해자 분들도 근본적으로 바라시는 건 이런 피해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화하는 것이라고 봐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터질 정도로 우리 사회는 후진적이었던 거죠. 국가에서 그런 물질도 관리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지금 사용되고 있는 차량용 방향제, 에프킬라,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용품. 이들에게 과연 안전성 기준이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서 국민들은 패닉상태거든요. 내 차량에 사용되고 있는 방향제 써도 될까? 계속 고민이 된다는 겁니다.


그럼 국가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준을 세우고 그 안전성이 입증될 수 있도록 체계를 세워주면 되는 거죠. 그 작업에 성실히 임해달라는 것에 대해서는 여든 야든 모든 사람들이 이견이 없을 거 같아요. 만약에 그 과정에서 경제가 어려운데 이런 활동을 하면 안 된다는 논리가 나온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싸워야 할 문제가 되겠죠.


가습기 살균제 피해 가족 ⓒ뉴스1


Q: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이사장이십니다. 노수석 열사가 국가에 의한 피해자였던 만큼 국가가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나 방식에 대해서도 소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는 국가에 의해 희생되었던 노수석 열사를 추모하는 단체입니다. 노수석 열사는 정치적인 싸움 과정에서 희생되었던 특수성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국가가 국가로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 때문에 사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있거든요. 예를 들면 뭐가 있을까요. 가장 가까이는 세월호가 있었죠.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데도 사회 구성원들은 국가가 그 일을 하고 있을 거라 믿고 살아가거든요.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희생자들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런 희생이 다시 발생되지 않기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되는가 라는 대목입니다.


추모사업회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가 노수석 열사의 희생과 연관된 점으로 국가에 의한 희생이란 점에 주목을 했습니다. 국가가 안전 검수 의무를 다 했을 줄 알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도 정말 그게 좋은 건 줄 알고 자기 아이와 가족들에게 사용했던 거잖아요. 그리고 정말 되돌릴 수 없는 피해를 입었죠. 이 피해에 대해서 우리 추모사업회도 먼저 희생되었던 희생자를 추모하는 단체로서, 함께하고 연대해야 된다는 문제의식을 제출했고 저도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지금 가장 제가 현장에 있으면서 들었던 얘기중에 가장 슬펐던 얘기가 있어요. 언론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다루면서 옥시의 불법 행위가 명백해진 상황이잖아요. 그렇게 되니까 옥시는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빨리 피해를 보상해 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피해자들을 대전으로 불러서 기자회견을 했잖아요.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한 번 시도해 보겠다면서요.


옥시 기자회견 현장. ⓒ뉴시스


근데 이 연락을 누가 해줬냐면 우리나라 환경부가 해줬어요. 피해자 가족들에게 우리나라 환경부에서 문자메시지를 발송해줬어요. 이건 문제가 있죠. 왜 대한민국 정부가 그런 일을 합니까? 옥시라는 사기업의 편의를 왜 봐줘요. 이러니까 정부가 비판을 받고 욕을 듣는 것 같아요. 오히려 정부는 옥시의 책임을 더욱 집요하게 파헤쳐서, 피해자들의 여한이 남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에 노력을 집중해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인으로서도 되게 어려운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유족이 있는 사건이잖아요.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하는데 돌아가신 어느 분 어머님 되시죠, 내지는 돌아가신 어느 어머님의 남편분 되시죠. 그 전화를 할 때 처음엔 굉장히 사무적으로 돌렸어요. 그럼에도 제 자신이 굉장히 숙연해지고, 힘들고 울컥했어요. 그래서 가족분들도 예민하실 수 밖에 없고, 민변으로서도 열심히 해야하는 사건이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다 생각합니다.


Q: 최근 제조물 책임법을 손보는 것을 넘어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게 기업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가 아닙니다. 기업도 기업이 준수해야 할 윤리를 지켜가며 사회에 함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다뤄야 할 단계가 된 거죠.


최근 폭스바겐 리콜 사태가 있었죠. 미국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있기 때문에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가 훨씬 신속하게 이뤄집니다. 그러니 폭스바겐 회사 입장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빨리 피해 보상을 하는 거예요. 근데 한국엔 안 해 주잖아요. 우리나라 법체계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되니까.


ⓒ 이투데이

결론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이 되니까, 피해자들의 신속한 구제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은 명백한 겁니다. 어떤 요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발동될 건지는 잘 다뤄야겠죠. 우리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기업은 다 악한 것이고 개인 구매 소비자들은 선한 것이다’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문제는 아니잖아요.


요새는 조직화되고 영리활동을 위해 체계적으로 조직되어 있는 기업이 거대해져서, 그 기업에 속하지 않고는 한 국가가 운영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그러니 독점적 거대 기업들에 대해서 책임과 안정성을 요구하고, 그것을 충족하지 못했을 때에는 대표자의 구속 수감이나 이런 것을 대체하는 의미에서의 손해배상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입니다. 그런 것에 대해선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소속 변호사들에게 설문조사를 했는데 압도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어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그 요건이 발동되기까지는 어려울 거예요. 모든 사람마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되진 않을 거 아닙니까. 하지만 요새 변호사들 얼마나 많아요. 그 변호사들이 사회 곳곳에서, 이런 것도 소비자들의 피해다, 다시 말해 국민의 피해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영역에서 권리를 만들어 내기 위한 움직임이 벌어지리라 생각합니다.


Q: 생활인으로서 활동하고 계신 소회도 함께 듣고 싶습니다.

부끄럽죠. 저는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서 활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 제 밥벌이를 하면서 작은 부분을 이런 일에 사용하고 있는 거기 때문에 그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공감에 계신 변호사님들 같은 경우에는 영업적인 부분들을 정말 많이 희생해 가면서 전업적으로 공익활동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죠. 제가 이 옥시 소송 하나 대리했다고 해서 제가 무슨 굉장히 공익적인 변호사다 그런 건 아니고요.


다만 저도 민변에 소속되면서 몇몇 소송들은 그런 영리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저한테 도움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대리하고 있습니다. 변호사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어떤 변호사가 되는 게 목적이어야 된다는 질문이 저한테도 돌아온 것 같아요. 일반 사건에서 돈을 버는 생활인이지만, 제 시간 중의 일부는 이렇게 추모사업회를 비롯한 다른 분들과 함께 하는 활동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죠.


Q: 추모사업회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갔으면 하시는지. 회원들에게 한 마디 하시자면.


수석이의 죽음과 함께한 투쟁을 같이했던 인연. 아버님 유족분들에 대한 의리, 또 자기 자신과의 약속. 추모사업회를 함께하는 분들은 이런 것들이 얽힌 사람들인 것 같아요. 오늘 제가 어쩌다 보니 먼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만, 저보다 훨씬 열심히 살고 있는 많은 회원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사람들의 삶이 많은 회원들에게 회자될 수 있다면 제일 좋겠죠.


96년 노수석 열사의 영결식에서 ⓒ노수석열사추모사업회


저희 추모사업회의 지난 20년이 그동안 노수석 열사의 죽음을 직접 목격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노수석 열사를 기리는 20년이었다면, 이제는 노수석이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같은 분들과 함께 하는 것. 다시 국가의 희생자들을 만들지 않는 작업들을 함께하는 집단으로 변모했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가지고 조직개편을 했어요.


조직개편을 하면서 너무나 당연히 회원일 것 같았던 사람들 중에도 회원이 아닌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활동을 하고 있으니 함께 해달라고 손을 벌리면 올만한 사람들도 참 많았는데 못 만나고 있었거든요. 이번 인터뷰와 같은 계기로 자기가 하고 있는 활동 중에 조금 더 공익적이어서 소개하고 싶은 활동들을 많이 인터뷰해서 많은 소통을 이룰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활동도 많이 설명하면서, 각자에서 열심히 살아남았던 우리들의 얘기를 서로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추모사업회를 발전시켜봤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권현준(다돌)

촬영 및 정리: 정우민

편집: 이소정